
리코 GR IV를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꽤 오래 고민했다. 카메라 하나에 195만 원이라는 숫자를 보는 순간 손이 멈추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또 막상 찾아보면 "역대 GR 중 최고"라는 말이 쏟아지고, "살 수가 없어서 못 사는 카메라"라는 얘기도 나온다. 도대체 어떤 카메라이길래.
리코 GR IV, 6년 만의 신작이 맞다
GR III가 나온 게 2019년이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25년 9월, 드디어 GR IV가 나왔다. 리코가 이 시리즈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었는데, 문제는 가격이다. GR II가 처음 나올 때 96만 원이었던 걸 생각하면, 195만 원이라는 가격표는 적잖이 당황스럽다.
그래도 뭐가 달라졌는지는 알아야 판단을 하지.

GR IV의 변화를 정리하면 이렇다. 센서는 24.2MP에서 25.74MP BSI CMOS로 바뀌었고, 손떨림 보정이 4스탑에서 6스탑으로 늘었다. 내장 메모리는 2GB에서 53GB로, 26배가 됐다. 기동 시간은 0.6초로 GR 시리즈 사상 가장 빠르다. AF도 위상차 방식으로 개선되면서 Eye-AF(눈 감지)도 생겼다. 버튼 촉감이 GR III에서 무르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GR IV에서는 명확하게 개선됐다. 그리고 GR IIx에서 사라졌던 +/- 로커 버튼이 부활했다. 이게 없으면 노출 보정할 때 진짜 불편했거든.
수치만 보면 업그레이드 목록이 꽤 길다. 그러나 외형은 거의 동일하다. 옆에 놓고 보면 아는 사람도 구분 못 할 정도다.
왜 사야 하는가 — GR IV의 진짜 강점
주머니에 들어가는 APS-C 카메라는 세상에 GR IV 하나다. 이 한 문장이 GR 시리즈의 존재 이유를 다 설명한다.
무게는 259g. 폼팩터는 진짜 셔츠 주머니에 들어간다. 미러리스 들고 다니는 것과 비교하면 부담이 아예 다르다. 어깨 위 카메라 가방 없이, 셔츠 주머니에서 꺼내서 찍고 다시 넣는다. 이 경험 자체가 다른 카메라로는 불가능하다.
6스탑 손떨림 보정 덕분에 1/25초 셔터에서도 선명한 결과가 나온다고 리뷰어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다. 즉, ISO를 억지로 올리지 않아도 되고, 저조도에서 노이즈 걱정이 줄었다. 실내 카페나 저녁 골목에서도 쓸 만한 결과가 나온다는 얘기다.
그리고 GR 특유의 JPEG 색감. 이건 설명하기가 좀 애매한데, RAW 후보정 없이 찍는 그대로 완결되는 사진이 나온다는 평이 사용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온다. 스트리트 포토, 일상 스냅, 여행 — 주간 위주 촬영에서는 이 카메라를 대체할 만한 선택지가 사실상 없다.
솔직하게 말하는 단점들

아쉬운 것도 분명히 있다. 있는 그대로 적는다.
4K 영상이 없다. 2025년에 150만 원이 넘는 카메라인데 FHD(1080p)가 최대다. 영상을 조금이라도 찍어야 한다면 이 카메라는 선택지에서 빠진다.
날씨 밀봉이 없다. 비 맞을 걱정을 해야 한다. 여행용 메인 카메라로 쓰기엔 이 부분이 계속 걸린다.
틸트 스크린이 없다. 로우앵글이나 하이앵글 구도에서 불편하다.
밝은 햇빛 아래 LCD가 어둡다. 야외에서 화면 확인이 쉽지 않다고 여러 리뷰어가 언급했다.
이동하는 피사체는 여전히 약하다. 아이나 반려동물처럼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문제. 한국에서 구하기가 극히 어렵다. 발매 직후 서버가 다운되거나 몇 초 만에 품절되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한다. 195만 원을 들고 있어도 살 수 없다는 게 이 카메라의 진짜 장벽이다. 해외 직구를 고민할 수도 있는데, 그 경우엔 국내 리코 공식 AS를 받을 수 없다. GR은 10년을 쓸 카메라인데, AS를 포기하는 건 꽤 큰 리스크다.
경쟁 제품과 비교하면 — 후지필름 X100VI
이 가격대에서 같이 놓고 보는 카메라가 후지필름 X100VI다 (미국 기준 $1,799). 어떻게 다른지 보면 GR IV가 어떤 카메라인지 더 선명하게 보인다.

X100VI는 40.2MP 센서에 35mm 렌즈, 4K/60p 영상,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틸트 LCD까지 갖췄다. 무게는 521g. GR IV와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깝다.
GR IV는 25.7MP, 28mm 렌즈, FHD, 뷰파인더 없음, 259g.
선택 기준은 단순하다. 진짜 주머니에 넣는 카메라가 필요하다면 GR IV다. 카메라 하나로 영상까지 다 커버하고 싶다면 X100VI다. 두 카메라가 타깃하는 사용자가 다르다.
결론
리코 GR IV는 분명히 '역대 GR 중 최고'다. 그리고 동시에, 195만 원이라는 가격과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수급 상황이 엄연한 현실이다. 사는 게 맞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꽤 명확하게 갈린다.
- GR III도 없고,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APS-C 카메라를 원하는 분 ➡️ 리코 GR IV를 추천한다. 이 포지션을 대체할 카메라는 없다.
- GR III를 이미 갖고 있고 자주 쓰는 헤비 유저인 분 ➡️ 업그레이드 고민해볼 만하다. 6스탑 손떨림 보정과 내장 메모리 53GB는 실사용에서 체감 차이가 크다.
- 영상도 찍고, 틸트 스크린도 필요하고, 한 대로 다 해결하고 싶은 분 ➡️ 후지필름 X100VI를 먼저 알아보는 걸 추천한다.
'Goods'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덴세 라고아[Odense LAGOA], 부산진시장 구매 후기 (13) | 2026.03.26 |
|---|---|
| 에어 조던 1 레트로 하이 OG, 슬램덩크 강백호 (0) | 2025.05.09 |
| 플레이모빌 산타 XXL, 크리스마스엔 산타를 (2) | 2024.12.09 |
| 악셀아리가토 [AxelArigato], 어글리슈즈는 끝? (4) | 2024.08.01 |
| Jordan 1 Low Golf Sport Royal, 나이키 골프화 (1) | 2024.06.19 |